본문 바로가기

닥치고 공부

2019.07.02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15대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97년 10월 8일 지상파 3사는 대통령 후보 사상검증 토론회라는 해괴한 이벤트를 생중계합니다. 당시 일반인들이 듣고 보도 못한 그야말로 듣보잡 매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지상파 3사가 생중계 하는 자체부터 말이 안 되는 거였죠. 그 생중계는 토론회를 빙자한 김대중 당시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 공작이었습니다. 그 행사를 주관한 곳은 빨간색 페인트를 칠한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담은 고려페인트 광고를 빨갱이 광고라 했고 방송국 빨간색 마이크를 방송국내에 침투한 빨갱이들의 적화의지를 뜻한다고 주장하는 한국 논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한국 논단 이후 맥이 끊긴 줄 알았던 이 색체 사상 검증이 22년 만에 다시 등장을 했습니다. 김정숙여사.. 더보기
2019.07.01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각하께서 한 발자국 걸으시면 사상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밟으시는 미국 대통령이 되십니다" (트럼프 대통령) "I'm ok with it I would be very proud to do that OK Let's do it"(좋아요 나는 이것이 매우 자랑 스러울 것입니다. 해봅시다) 어제 오후 1953년 정전 선언 이후에 66년 만에 현직으로는 최초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남북 판문점 회담 때 문재인 김정은 두 사람이 넘었던 바로 그 선이죠. 이 선은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과 소회의실 각각 T2 T3라 불리는 건물 사이에 길 한가운데를 가로지릅니다. 여기서 T는 Temporary 임시 건물이란 뜻입니다. 왜냐 정전협정은 1.. 더보기
2019.06.10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관중 함성)어제 새벽에 있었던 한국과 세네갈의 20세 이하 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직후 관중들이 현장에서 지른 소리입니다. "너무 잘했어 너무 잘했어"는 관중들이 관중석까지 넘어 온 전세진 선수를끌어안고 칭찬한 소리였구요, 그런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극적인 승부였죠. 축구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한 경기에서 다 벌어졌거든요.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경기보다 짜릿한 한 마디를 들었습니다. 이강인 선수가 경기가 끝난 후에 이렇게 인터뷰를 합니다. "이런 경기는 보기도 드물고 하기도 드물다.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하게 돼 고맙고, 세네갈 선수들도 고맙다." 그렇습니다. 세네갈 선수들도 대단했어요. 그런 대단한 상대였기에 이런 훌륭한 경기가 나온 게 맞죠. 저는.. 더보기
2019.06.07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아리랑 제창) 지난 월요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유람선 사고 발생지점 바로 위 다리에서 헝가리인이 기획하고 헝가리인이 모여 부른 아리랑입니다. 헝가리 사법체계 내에서 사고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묻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 정부가 그러는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경주(傾注)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우리 국민이 바깥에서 당하는 어떤 사고도 소홀히 다루어지지 않고 가용한 국가 자원이 최대한 동원되는 그런 전통이 세워졌으면 합니다. 동시에 헝가리의 일반 시민들이 보여주고 있는 추모와 연대의 모습 또한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아리랑을 불렀던 그날에 그 헝가리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고맙다고 하더라고 누가 좀 전해주십시오. 김어준의 부탁이었습니다. 김.. 더보기
2019.06.06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헝가리 대 테러청의 잠수부도 내려가는 도중 중단하고 올라왔는데 한국 잠수부는 헉헉거리면서도 다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이렇게까지 마음에서 우러나 일하는 사람들은 처음 본다." 헝가리 재난구조협회 회장인 졸트씨가 헝가리 유람선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파견된 정부 신속 대응팀의 잠수부들을 보고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Leave No One Behind" 베트남전 실존 인물이었던 할 무어 중령의 일화를 극화한 라는 영화에서 적에게 둘러쌓인 채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중령이 저 말을 하죠. "살았건 죽었건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전장에서 생사와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너를 버려두고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말인데 미국인들이.. 더보기
2019.06.05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주 조선일보가 보도한 북한의 '김영철 숙청', '김혁철 총살'설은 대체로 오보로 판명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우선 자강도에서 강제노역 중이라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이 어제 북한 매체에 보도됐으니 절반의 오보는 확인이 된 셈이고, 나머지 절반에 해당되는 총살당했다는 김혁철에 대해서는 외신들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어제 CNN은 한국의 가장 큰 매체가 김혁철 총살설을 보도했지만, 자신들의 소스에 의하면 김혁철은 살아있다며 조선일보가 틀렸다고 보도했고, 지난 주말에는 워싱턴 포스트지가 조선일보의 '현송월' 오보를 비롯해 과거 북한관련 오보를 거론하며 매우 회의적이라고 보도를 했었습니다. 사실 북한 관련해 오보 한두 번 낸 적 없는 매체.. 더보기
2019.06.04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조선일보는 사고 발생 채 다섯 시간도 지나기 전인 오후 1시 52분에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이란 제하로 1인당 사망시 얼마, 휴대품 한개 당 얼마를 보상한다는 기사를 온라인으로 냅니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일 저녁에는 MBC가 이브닝 뉴스라는 특보로 해운 공제회에서 인명 피해 최고액 얼마, 여행자 보험에서 사망시 얼마 하는 보도를 냅니다. 그때는 세월호 선체가 완전히 침몰하기도 전입니다. 보수 매체들은 한 사람 사망할 때 돈을 얼마 준다는 보험 이야기를 왜 그렇게까지 처음부터 줄기차게 했을까? 그 시절 정권과 기관들은 이 보험 이야기를 '인양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는 세금 프레임 .. 더보기
2019.06.03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골든 타임이 3분에 불과한데도 문대통령이 헝가리에 해난구조대를 파견하면서 "속도를 강조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입니다. 지구 반대편 현장에, 그것도 골든 타임 다 지난 상황에 사람을 보내면서 속도를 강조하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민 대변인 성명은 대략 이런 거겠죠. 우리 국민이 이역만리에서 큰 사고를 당해서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어서 애가 타는 가족과 속상한 공동체를 향해서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겠다는 대통령의 결정이, 그런 위로와 다짐의 말이 그렇게 고깝게 들린다면, 그건 아픈거죠. 뉴스와 SNS를 당분간 끊고 요가, 명.. 더보기
2019.05.31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91년 여름이었습니다. 배낭 여행중이었던 저는 당시까지 여전히 연방을 유지하고 있던, 그러나 갓 내전이 발발한 유고 연방을 가로지르는 일정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인데 내전 때문에 고립되거나 하면 내가 어디 있다는 걸 어떻게 알릴 것이며 알린다 하더라도 대체 누가 구하러 올 것인가? 그렇다고 길을 돌아가긴 너무 멀고 그러다 역에서 또래의 미국 청년들과 일행이 됐고 젊은 치기에 결국 기차를 타고 유고 연방을 가로지르기로 결정 했었습니다. 그 기차 여행에서 기억나는 건 두 가지입니다. 멀리서 간간히 들리던 대포 소리 그리고 만약 고립되면 어쩔거냐는 이야기에 그럼 미군이 자기들을 구하러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청년들의 자기 정부에 대한 신뢰, .. 더보기
2019.05.30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WHO 세계 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게임 업계는 당연히 반발합니다. 사실 모든 종류의 집착은 중독이죠. 그렇다고 모든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일 중독도, 운동 중독도, 쇼핑 중독도, 국가가 질병으로 관리하지는 않죠. 그러니까 어떤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느냐 마느냐는 의학적인 결정이기만 한 게 아닌 거죠. 예를 들어 일 중독은 그 개인이 속한 조직의 성과에는 도움이 된다는 그런 긍정적 사회 인식이 있는 거죠. 일 중독자가 사회적 지탄을 받거나 병자 취급을 받지 않은 건 그래서입니다. 분명 중독인데도.. 그러니 WHO가 게임의 질병코드를 부여하기로 한 것은 의학적인 결정이면서 동시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반영하기도 한 겁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