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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공부/김어준의 생각

2019.07.02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15대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97년 10월 8일 지상파 3사는 대통령 후보 사상검증 토론회라는 해괴한 이벤트를 생중계합니다. 당시 일반인들이 듣고 보도 못한 그야말로 듣보잡 매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지상파 3사가 생중계 하는 자체부터 말이 안 되는 거였죠.


그 생중계는 토론회를 빙자한 김대중 당시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 공작이었습니다. 그 행사를 주관한 곳은 빨간색 페인트를 칠한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담은 고려페인트 광고를 빨갱이 광고라 했고 방송국 빨간색 마이크를 방송국내에 침투한 빨갱이들의 적화의지를 뜻한다고 주장하는 한국 논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한국 논단 이후 맥이 끊긴 줄 알았던 이 색체 사상 검증이 22년 만에 다시 등장을 했습니다. 김정숙여사가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당시 착용한 파란색 나비 모양의 브로치는 사드배치 반대를 상징한다며 그런 파란색 브로치를 한 것은 사드보다 북핵을 원하고 미국보다 중국편이라는 뜻이 아니냐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장을 밝히라는 신비로운 요구가 터져 나온 겁니다.


이번에는 한국논단 같은 듣보잡 매체가 아니라 무려 제1야당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반가웠습니다. 별 즐거울 일이 없는 이 삭막한 정치판에 가끔은 이렇게 신비로운 주장을 하는 분들도 계셔야 우리 국민들도 해맑게 웃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누가 뭐래도 민경욱 대변인의 발언이 반갑습니다. 


웃기잖아요. 김어준의 응원이었습니다.



출처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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