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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공부/즐공

[펌]논문 잘 쓰는 방법

논문은 전문적인 독창적 명제이다

「논문 잘쓰는 방법」1: 논문의 기본요건


정병기

『대학원신문』(고려대학교) 제150호(2008.09.03)

 

논문은 하나의 명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유일한 전문적 명제이다. 하나의 명제로서 논문은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 기술된다. 이때 내용은 독창성과 전문성이며, 형식은 객관성, 검증성, 정확성, 평이성이다.

 

전문성과 독창성

논문의 내용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며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니다. 자신의 분과학문에 속한 내용을 갖춘다면 그것은 전문성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이 전문성은 다시 독창성과 연결될 때 비로소 논문의 내용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독창성은 자신만의 창의성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논문만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이다. 다만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일 경우에는 어느 한 쪽의 주장을 지지하면서 중요한 일부 내용만을 보완하는 것으로 논문이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보완되는 내용은 당연히 독창적이어야 한다. 독창성은 다음 일곱 가지 사항들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시키면 갖출 수 있다.

첫째, 새로운 현상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 대상이 지금까지 전혀 연구되지 않은 새로운 사건이나 이론 혹은 사상일 경우이다. 새로운 현상이라는 것만으로 이미 독창성을 갖춘 것이므로 그 자체로 논문으로서 가치가 있다.

둘째, 선행 연구에서 잘못 해석된 부분이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연구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그 오류나 결함이 지엽적인 부분이 아니라 핵심적인 부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의 오류나 결함을 발견하여 완성시키는 것은 중요한 학문적 기여이다.

셋째, 비교가능성이 있는 여러 이론들이나 현상들을 비교하는 연구이다. 비교가능성이란 논리적 비교가능성과 현실적 비교가능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논리적 비교가능성은 유사한 대상들을 비교하는 경우와 대조적인 현상들을 비교하는 경우로 다시 나뉜다.

논리적 비교가능성의 첫 번째 경우는 핵심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일반성을 갖춘 대상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그 일반성(공통점)과 특수성(차이점)이 무엇이고, 많은 부분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특수성이 나타나는가를 분석하는 연구이다. 두 번째 경우는 핵심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특수한 대상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역시 그 일반성(공통점)과 특수성(차이점)이 무엇인지를 고찰한 다음, 핵심을 포함해 많은 부분이 대조적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일반성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이다. 이 두 경우를 각각 최대유사체계 비교와 최대상이체계 비교라고도 한다.

현실적 비교가능성은 논리적으로 비교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필요에 의해 현실적 비교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상호 일반적 성격이 많지도 않고 대조적 현상도 아니어서 서로 무관한 듯이 보이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ㆍ사회적ㆍ경제적 필요에 의해 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넷째, 새로운 방법론에 입각한 연구이다. 연구 대상과 결론이 동일하지만 연구방법을 달리 적용하는 경우이다. 역시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먼저, <A라는 대상에 대해서는 a라는 방법론을 적용해야만 α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 학술적으로 상식화되어 있을 때이다. 이때 b나 c등 다른 방법론을 적용해서 동일한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이 상식을 깨트리면 된다. 다음은, 거꾸로 <A라는 대상에 대해서는 a라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절대로 α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이 학술적 상식으로 되어 있을 때이다. 이때 a를 적용해서 동일한 결론을 도출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A를 a로 연구하면 α가 도출된다>라고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A를 a가 아니라 b로 연구해도 α가 도출된다>라거나 <A를 a로 연구해도 α가 도출된다>라고 기술해야 새로운 방법론 사용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연구이다. 최종 결론이 아니라 그 이전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다. 유적이나 고전들에 대한 연구에서 최종적 결론은 학술적ㆍ역사적 가치나 평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최종 결론인 가치나 평가는 동일하더라도 이 결론에 도달하기 전의 중요한 부분에서 주해를 달리하는 것도 중요한 학술적 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새로 발견된 자료를 제시하고 해석하는 연구이다. 희귀한 자료를 발굴했다는 것만으로는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것을 연구하여 기존의 연구 성과를 수정하거나 보완할 만한 중요한 해석을 가함으로써 연구 논문으로 성립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결론의 도출이다. 연구 대상과 방법론이 동일하더라고 최종적 결론이 다르면 그것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중요하게 수정하는 것이므로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갖는다.

 

객관성

논문의 형식상 요건의 첫 번째인 객관성이란 주관을 객관화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주관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주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정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분석과정에서 편견과 선입감이 개입해서는 안 되며, 엄격한 과학적 적용과 해석을 시도해야 한다. 사실과 논거에 바탕을 두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증성

논문은 증명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증명도 가능해야 한다. 논문 쓰기는 문제제기에 대해 가설적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지만, 주장은 언제나 ‘명제’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명제’란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진술이다. 따라서 논문의 내용을 이루는 문제제기와 주장은 진위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검증성을 갖추어야 한다. 검증성은 자료 출처, 연구방법과 시각, 결론 도달 과정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갖출 수 있다.

 

정확성

정확한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 자료의 출처와 인용, 어휘의 개념과 지시성, 문장과 표현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와 개념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논리적 사고 및 우리글의 사용 능력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위에서 강조했지만 자료 출처를 명확히 표기해야 하며, 더 나아가 통계 활용과 같은 자료 인용도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된 통계 수치나 인용 문구를 잘못 옮겨 적지는 않았는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

 

평이성

정확성은 평이성과도 연결된다. 평이하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 어렵다고 차원이 높거나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다. 긴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기억을 유지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주며, 어려운 문장은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다. 물론 단어나 어휘 사용에서 전문성을 해칠 정도로 평이하게 쓰라는 것은 아니다. 논문은 대중지에 쓰는 글이 아니므로 전문 영역에서 볼 때 이해가능한 수준의 평이성을 갖추면 된다.



  주제를 구체화하고 선행연구를 꼼꼼히 추적하라

「논문 잘쓰는 방법」2: 주제와 연구방법의 선정


정병기

『대학원신문』(고려대학교) 제151호(2008.10.01)

 

주제 선정에서부터 논문 작성은 이미 시작된다. 주제는 논문의 성격에 맞도록 구체화되어야 하며, 구체화된 주제는 선행연구의 검토를 통해 그 가치를 재논의해야 한다. 선행연구의 많고 적음에 따라 주제의 가치 검토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가치의 재검토는 연구방법 모색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연구방법 모색도 선행연구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리지기 때문이다.

 

주제의 선정과 구체화

지도교수와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방식, 전문가나 지도교수에게 자문을 구하는 방식, 최근의 논문과 개론서를 읽고 이론과 방법론을 익혀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 선행 연구의 치명적인 결점을 보완하는 방식, 선행 연구의 논의나 결론에 제기된 한계점이나 새로운 연구 과제를 채택하는 방식, 학계나 사회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방식, 전공 분야의 문헌 색인집에 기록된 주제어들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 등이 주제 선정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1차 자료의 확보나 분석이 불가능한 주제는 피해야 한다. 이것은 연구자의 시간적ㆍ분석적ㆍ경제적 능력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구할 수 없는 자료나, 언어 또는 조사방법 면에서 분석이 불가능한 자료, 혹은 경제적으로 감당해낼 수 없는 값비싼 자료들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선정된 주제를 다시 구체화하는 것이다. 목표로 하는 논문의 성격과 분량에 맞게 주제의 범위를 좁히라는 이야기다.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주제라면 시간적ㆍ공간적 범위를 줄여나가고, 이론이나 사상 혹은 개념을 연구하는 주제라면 의미 영역을 좁힐 수 있다.

원고지 120매 내지 150매 분량의 연구논문이라면, 참고문헌 20개 내지 30개 정도에서 연구가 수행될 수 있는 수준이 적당하다. 선행연구도 20여개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주제를 좁혀나가는 것이 좋다. 선행연구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주제를 구체화하지 않은 것이며, 참고문헌이 너무 많다는 것은 대부분 지식자랑을 늘어놓았거나 쓸데없는 문헌들이 언급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주제 재검토와 연구방법 모색

구체화된 주제는 과연 연구할 가치가 있는 독창성 있는 주제인지를 다시 한 번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검토는 연구방법의 모색과 병행하여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능력과 기타 조건에 비추어 적절한 연구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그 주제 역시 미리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주제의 재검토와 연구방법 모색은 선행연구가 많고 논의가 잘 정리된 경우, 선행연구가 드물고 논의가 전혀 혹은 잘 정리되지 않은 경우, 선행연구가 전혀 없는 경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선행연구가 많고 논의가 잘 정리된 경우

선행연구가 많고 기존의 논의가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은 훌륭한 입문서나 개론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에는 훌륭한 입문서나 개론서를 선택하여 우선적으로 숙지하고 그 내용을 좇아 관련 논의들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 기존의 논의들이 미비하거나 놓치고 있다는 점을 이 검토를 통해 발견하거나 전혀 다른 결론을 끌어낼 수 있을 때 이 주제는 가치가 있다.

연구방법과 관련해서는 대개 특정한 한 가지 연구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보완하여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가 충분히 축적되었고 연구방법도 많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여러 연구방법들을 종합하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새로운 연구방법을 개발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공부할 분량이 가장 많은 예이다. 주제를 좁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주제를 변경할 수 없거나 굳이 이 주제를 연구하고자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선행연구들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만 편법 아닌 편법은 존재한다. 개론서나 입문서에서 자신의 주제와 관련된 것은 대개 하나의 장(chapter) 정도이다. 이 부분만 읽고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선행연구들만을 추려나가면 선행연구의 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선택한 문헌들만을 상세히 검토하고 다소 관련성이 적은 문헌들은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이 개론서나 입문서의 연구가 끝난 시점 이후의 선행연구들은 일일이 찾아서 고찰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행연구가 드물고 논의가 잘 정리되지 않은 경우

선행연구가 일정하게 존재하지만 드물고 그 연구들의 논의가 전혀 혹은 잘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반드시 개별적인 여러 논의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비교ㆍ정리해야 한다. 이와 같은 비교와 정리를 통해 미비하다거나 간과된 경우를 밝혀 보완하거나 전혀 다른 주장을 도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이 주제는 가치를 갖는다.

연구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역시 여러 개별적 논의들의 방법론을 숙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경우는 첫 번째와 달리 연구방법 모색이 대단히 다양하게 나타난다. 즉 선행연구들이 취한 특정한 연구방법을 보완하여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연구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여러 연구방법들을 종합하거나 전혀 새로운 연구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선행연구의 고찰이 가장 어려운 예에 해당한다. 이 주제를 선택한 연구자는 개론서나 입문서를 쓴다는 심정으로 선행연구 고찰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행연구들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갖추고 있는 전자도서관의 한국학술정보(KISS)와 JOSTOR(Journal Storage)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전자는 국내 학술지 논문들을 수집한 사이트이고 후자는 영어권 학술지들을 수집한 사이트로서 학교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다양한 논문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선행연구가 전혀 없는 경우

관련 선행연구가 없는 주제를 선택한 경우에는 길잡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는 주제 자체로 학술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선행연구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주제나 대상을 조금만 넓혀 관련 선행연구들을 찾아 간략히 소개한 다음, 해당 주제에 관한 연구가 없음을 언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는 적어도 연구자가 해당 주제뿐 아니라 관련 주제에 관한 선행연구들도 천착했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때 주제를 너무 넓히면 고찰해야 할 선행연구들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관련성이 매우 약한 문헌들까지 고찰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주제의 확장은 대여섯 개의 선행연구들만 수집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구방법의 모색을 위해서는 간접적인 적용 가능성이 있는 연구방법들을 고찰하여 가능한 대안과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종합적인 방법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연구방법을 구축할 수 있다.

첫 번째 경우가 읽어야 할 문헌이 가장 많은 예라면, 이 경우는 연구하기가 가장 어려운 예이다. 연구방법론이나 이론적 배경이 다소 탄탄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주제이다. 그러나 전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은 주제이므로, 논리와 체계만 갖춘다면 일단 시론(試論)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는 셈이다.



하나의 명제로 압축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군살없이 진술하라

「논문 잘쓰는 방법」3: 논문의 기본구성


정병기

『대학원신문』(고려대학교) 제152호(2008.11.03)

 

논문의 형식이 철칙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제목, 서론, 본론, 결론, 참고문헌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다. 최근에는 제목 다음에 초록과 핵심어도 쓰며, 경우에 따라서는 초록 대신 목차를 싣기도 한다.

논문 구성은 내용적ㆍ형식적으로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장과 절 등으로 세분하고 내용도 더 풍부해야 한다. 논문 구성은 주요 분석대상과 배경 및 도입 단계를 설정하여 미흡하게라도 미리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하나의 명제로 압축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군살없이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목은 대상과 주장이 모두 드러나도록 단다.

“......에 관한 연구” 혹은 “......에 관한 일 고찰”로 작성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연구’와 ‘고찰’은 어차피 연구논문이 수행하는 작업이므로 무의미한 단어이고, 이 단어들을 삭제한다면 연구대상만 남기 때문이다. 논문의 주장과 결과를 알 수 있는 제목이 좋다. 그러나 수식관계를 파악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 제목은 피해야 한다.

장과 절의 제목들도 마찬가지다. 내용과 주장을 알 수 있도록 명료하게 달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논리의 전개와 최종 주장을 알 수 있는 훌륭한 목차를 구성할 수 있다. 목차도 논문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초록은 결론을 요약하고, 핵심어는 초록 중에서 선정한다.

초록도 논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논문 전체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초록을 작성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결론을 요약해야 한다. 논문 전체를 요약하고 일반화된 주장을 제시하는 곳은 결론이기 때문이다. 서론을 요약하여 초록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에는 최종적인 주장이 드러나지 않는다. 초록에는 무엇(연구 주제와 대상)을 어떻게(연구 방법) 연구하여 어떤 결과(연구 결과)를 얻었는지 명료하게 기술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길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개 A4 용지 12~15장의 논문에서 초록은 10줄 안팎으로 작성하는 것이 적절하다.

초록 작성 후에는 핵심어를 선정한다. 핵심어를 선정할 때에는 논문 제목과 주제 및 결과를 염두에 둔다. 핵심어는 모두 초록에 포함된 용어 중에서 선정한다. 대개 다섯 개 안팎으로 구성하며, 반복되는 용어를 피한다. 일정한 용어가 반복되는 합성어도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기와 필요성은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연구문제는 단계적으로 제기한다.

서론에 들어갈 내용은, 어떤 목적으로(목적) 무엇을(대상) 왜(필요성과 의의) 어떻게(접근방법과 분석항목) 어떤 순서(서술 순서)로 분석하고 서술할 것인가이다. 그리고 선행연구가 많지 않을 때에는 선행연구도 포함시킨다. 서론에서 특히 유의할 것은 동기와 필요성의 객관적 제시와 연구문제의 단계적 제기이다.

주관적 경험을 수필 쓰듯이 진술하면 안 된다. 굳이 쓰고 싶다면, 객관화하여 일반적 사실인 것처럼 써야 한다. 흥미로운 도입부 구성은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에 한정된다. 주제와 관련된 객관적 사실들 중에서 지적 호기심을 유발할 만한 사실들을 선정하여 기술한다. 문학적으로 훌륭한 표현보다는 분석적이고 명확한 표현을 통해 문제의식을 밝히고 연구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논문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전체 문제제기는 하나의 명제로 기술하며 세부 문제제기는 서너개 정도 단계적으로 구성한다. 전체 문제제기에 대답해 가는 과정이 분석이라면, 이 분석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그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 세부적인 문제제기이다. 이 세부적 문제제기가 논리적 수순을 밟으면, 그것이 곧 체계적인 예상목차로 이어진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증하며 논리적 단계를 차분히 밟는다.

본론은 검증 혹은 논증이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실험이나 통계를 이용한 분석이 아닌 경우, 이론적 배경과 접근방법은 대개 도입에 해당하며, 특정한 이론과 방법론에 따른 구체적 분석 과정이 본론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험의 비중이 높고 방법론적 엄밀성이 더 요구되는 이공계 논문에서는 재료와 방법의 제시가 주로 분석과 논의 부분에 해당한다.

본론에서는 분석결과와 그에 대한 일차적 해설과 주장, 혹은 이론적 논거와 논증 및 그에 근거한 직접적인 주장을 체계적으로 진술한다. 연구 결과와 직접 관계되지 않는 것은 과감히 삭제하고, 간접적 증거로서 일정하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석으로 처리한다.

체계성과 논리성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제시한 변수들과 고찰 대상 혹은 문제제기를 중심으로 연구 결과의 장과 절들을 구성해야 하며, 모든 장과 절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필요하면 각 장의 소결들을 진술하는 절을 구성한다. 그러나 서술은 어디까지나 부분마다 논리적 전개와 정리를 해나가면서 다음 이야기로 옮겨 갈 수 있어야 한다.

분석적 체계를 갖추려면 본론에 해당하는 장이 적어도 두 개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많은 장을 구성하는 것도 좋지 않다. 지나치게 상세한 구분은 깊이 있는 분석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제기의 수에 맞추어 네다섯 개를 넘지 않도록 한다.

충실하게 요약한 다음 일반화 혹은 추상화한다.

기초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요약만으로 논문 전체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결론은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고 포괄적으로 기술한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서론의 문제제기를 상기시키기 위해 다시 언급해 줄 수도 있다.

끝으로 연구 결과를 일반화 혹은 추상화한다. 일반화나 추상화는 중핵 부분을 추리되 문제 제기에 맞추어 동일한 조건의 대상에 적용 가능하도록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반드시 본론에서 언급된 내용과 직접 관련되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서론과 결론의 제목을 호응되게 달고, ‘본론’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지 않는다.

서론의 제목은 ‘서론, 문제제기, 머리말, 여는 말, 들어가는 말, 들어가며’ 등을 사용하며, 결론의 제목은 ‘결론, 맺음말, 맺는 말, 나가는 말, 나오며, 맺으며, 결어’ 등을 사용한다. 다만 두 제목은 서로 어울리게 달도록 한다. ‘서론’과 ‘맺으며’, ‘들어가는 말’과 ‘결어’ 등 호응되지 않는 말을 조합하지 않는다. 특히 주의할 것은 본론의 제목으로 ‘본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본론’은 논문의 구성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 불과하므로 실제 논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본론의 제목들은 그 내용과 주장이 드러나도록 달아야 한다.

결론에는 시사점과 함께 연구의 한계와 후속 연구의 제안을 기술할 수 있다. 시사점은 본론에서 언급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역시 논리적 추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포함하도록 한다. 연구의 한계 제시는 일반화의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실험 연구나 통계 연구처럼 연구의 직접적인 대상이 크게 한정될 경우에는 반드시 그 한계를 명시하도록 한다.



인용을 잘 해야 논문이 산다

「논문 잘쓰는 방법」4: 인용과 출전표기


정병기

『대학원신문』(고려대학교) 제153호(2008.12.03)

 

인용 없는 논문은 없지만, 잘못된 인용은 논문을 망친다. 인용을 적절하고 정확하게 해야 논문이 제 격을 갖춘다. 필요한 인용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많은 인용도 좋지 않다.

지나친 인용은 깊이 있는 분석을 방해한다.

인용을 얼마나 풍부하게 해야 하는지는 논문의 유형에 달려 있다. 대개 특정 작가와 작품 혹은 학자와 저서에 대해 평가하고 분석할 경우에는 풍부한 인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대부분 지나친 인용이 독창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어설픈 알리바이가 된다. 다시 말해, 지나친 인용은 지면상의 제약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 대신 다른 사람의 평가와 분석을 소개하는 데 치우쳐 자신의 깊이 있는 사고를 가로막기도 한다. 논리 전개상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를 제외하고는, 직접 관련되지 않는 문헌이나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

간접인용을 중심으로 하되 자신의 소리를 자신의 문장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반드시 간접인용을 하며, 직접인용을 할 때에도 간단하게나마 해석을 붙인다. 수식을 인용하거나 자기 견해와 대조되는 것을 부각시키는 경우 혹은 원문이 아니면 그 의미를 독자가 곡해할 염려가 있을 때는 직접인용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사실상 논문에는 직접인용이 많다. 그것은 원문의 표현만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될 때에도 직접인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솜씨가 원숙해질수록 이러한 경우는 점차 드물게 된다.

간접인용은 내용을 위주로 원문의 문장을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다. 원저자의 의견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간접인용일지라도 인용된 부분의 핵심 내용이 인용되었으면, 문장이나 단락의 마지막에서가 아니라 반드시 해당 부분에서 출전을 밝힌다. 간접인용은 연구자의 독해능력과 전문지식 및 글쓰기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원전에 대한 독해를 거쳐 자신의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접인용도 지나치게 많은 것은 좋지 않다. 자신의 소리를 자신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확한 인용은 독자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표절을 피하기 위해 인용과 인용정보를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인용은 독자들이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직접인용을 할 때에는 근거 제시가 필요한 해석적 분석을 위해 관련 구절을 충분히 인용한다. 또한 모든 인용에 대해서는 그 저자와 출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재인용을 할 경우에는 저자와 출전을 정확히 확인한 다음에 인용한다. 그리고 인용된 부분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인용한 부분인지 명확하게 표시하라는 것이다. 이미 학술적 상식이 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문장이나 개념들은 인용부호를 달지 않거나 페이지 수를 쓰지 않고 문헌 정보만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에는 인용 부분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분석의 직접 대상이 되는 1차자료를 분석 혹은 평가한 2차자료들은 그것의 권위와 함께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확인해 주는 경우에만 인용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인용 구절의 앞이나 뒤에 비판적 표현을 쓰지 않는다면 그 인용은 인용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헤겔(Hegel)이 ......라고 말하였다’라는 표현은 ‘헤겔(Hegel)이 ......라고 말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설명주를 이용해 내용을 풍부하게

출전을 표기하는 주석을 인용주 혹은 참조주라고 하며, 보충 설명을 위한 주석을 내용주 혹은 설명주라고 한다. 그중 설명주는 본문을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그렇지만 설명주일지라도 논지를 많이 벗어나거나 본문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길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직접 관련이 없거나 필요한 보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이 읽었다거나 많이 안다는 것을 자랑하는 듯한 주석은 사족이다. 이러한 경우를 피한다면 설명주는 논문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

설명주를 다는 경우는 먼저, 본문에서 논의된 테마를 뒷받침하는 다른 참고문헌 정보들을 추가할 때를 들 수 있다. 관련된 부분에 대한 더 상세한 논의나 관련 문헌들을 소개하는 경우를 말한다. 관련 문헌 소개는 이론적 배경을 다룰 때 선행연구들을 유사한 경향성으로 묶어 소개하는 경우에 많이 사용한다.

뒷받침하는 인용문을 도입할 때에도 설명주를 이용한다. 본문 안에서는 논리 전개에 방해가 될 수 있지만 논리의 뒷받침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다.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활용한 사례나 본문에 서술한 부분과 유사한 인용문을 추가할 때 사용한다.

설명주는 또한 본문에서 주장한 내용을 확대하는 기능을 한다. 본문 테마의 주변적인 관찰들이나 반복되는 견해들을 소개할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사회에 회자되고 있는 관련 사실이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접 학문의 동향 등을 소개할 수 있다.

‘환원적 주’를 활용해 분석을 날카롭게

본문 주장을 환원적으로 수정할 때에도 설명주를 사용한다. 곧, 자신의 주장에 확신을 갖고 있지만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설명주를 ‘환원적 주’라고 한다.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거나 주요 내용을 반대되는 주장으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반되는 견해를 소개함으로써 자신이 반대 의견들을 충분히 고려했음을 밝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의 설명주를 사용하면 자신의 주장을 환원적으로 강화시키는 효과를 보며 ‘논문이 날카롭다’는 칭찬을 듣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전체 문제제기와 관련된 다른 주장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 문제제기나 더 지엽적인 문제와 관련된 경우에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체 문제제기와 관련된 다른 주장들은 선행연구 비판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출전과 참고문헌 표기는 통일되고 상세한 방식으로

출전과 참고문헌의 표기 방식은 학문 분야, 학술 단체, 출판사에 따라 모두 다르다. 심지어 같은 분과학문이라 할지라도 학회와 학회지에 따라 다른 표기 방식을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한 문헌에서는 일관된 방식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글을 제출하고자 하는 학술지나 잡지의 규정을 주의 깊게 보고 그 방식에 맞추면 된다.

다만 특정 잡지에 기고가 확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출전 정보를 가장 상세히 기록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일 이러한 표기 방식으로 처음 글을 작성하고 나서 더 상세한 표기 방식을 요구하는 잡지에 게재하려 한다거나 다른 글을 쓸 때 인용하려 할 경우, 부족한 부분을 다시 찾아 기입해야 하는 낭패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된 방식을 사용하되 상세한 정보를 표기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올바른 인용은 논문을 아름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