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김어준입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주십시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국회 연설에서)
이 한 마디로 여의도는 격돌의 현장이 됐죠. 이 충돌은 여의도에서 풀어 낼 일이고, 저는 좀 다른 지점에 눈이 갔습니다.
이 표현은 작년 9월 블룸버그 통신이 "문대통령, UN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 는 제하의 기사에서 따온 겁니다. 그래서 나경원 원내대표도 외신이라고 해명한 건데요.
그런데 이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 기자는 한국 사람입니다. 해당 기자는 작년 평양 공동선언 당일, 청와대 브리핑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합니다. "영변 이외에 핵 시설을 파악하고 있느냐?"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북핵의 가장 상징적인 시설인 영변 불능화를 역사상 처음으로 거론 했는데, 영변은 됐고 다른 핵 시설은 없느냐고 묻는 건 현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죠.
이 기자의 기사는 "문대통령이 북한을 칭송하며 미국과 갈라섰다" 는 식의 제목으로 몇 일전에도 보수 매체가 대대적으로 인용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따지자면 영어로 쓰였을 뿐, 한국인 기자 한 사람의 시각이 그런 것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런데 국내 발 외신이 현지인 기자에 의해 쓰여지는 건 흔한 일이고 "그 기자 개인의 정치적 시각이 그런 것이다" 할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속사정을 뻔히 아는 보수 매체들이 "외국에서는, 국제적으로는" 문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 이라고 한다. 문대통령이 트럼프를 버렸다. 이런 호들갑을 떨어대는 거죠. 보수 매체가 기사를 쓰고 그걸 외신이 받아쓰고 그걸 다시 번역해 외신이 그랬다고 자기 시각을 외신으로 둔갑시켜 사기를 치는 거 보수매체들이 참 많이 했습니다. 그 업그레이드 버전 아니냐?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출처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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