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김어준입니다.
어제 故 장자연씨 성추행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윤지오씨가 사건 발생 10년 만에 처음으로 본인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대중 앞에 섰습니다.
윤지오씨 이야기는 장자연 사건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장자연 문건이 생을 마감하기 직전 내놓은 유서가 아니라 자신이 처해있던 상황과 맞서기 위해 만든 문건이란 증언은 사건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사건을 장자연씨가 무기력하게 희생당했다는 프레임만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니 그런 인식 속에는 장자연씨 본인의 의지와 관점은 완전히 빠져있었던 거죠.
장자연씨는 부당한 상황과 어떻게든 맞서려는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 의지의 결과물이 그런 문건이었던 겁니다.
물론 그 문건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관련된 진실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하지만 장자연씨를 오로지 수동적인 희생자로만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온전히 파악하는데 방해가 돼 왔던 것은 아닌가.
권력자들의 굴레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던 자의 막다른 선택이 아니라,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가졌던 한 인간이 왜 그런 결말을 맞이했는지, 그걸 밝혀내는 것은 지난 10년 간 문건에 등장하는 단 한사람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고인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인간으로서의 자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출처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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