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닥치고 공부/김어준의 생각

2019.05.02일자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일본에서 2백여년 만에 처음으로 선대가 살아있는 가운데 새로운 일왕이 즉위했습니다. 전쟁 책임을 지지않는 대신, 상징적인 존재로나마 천황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히로히토(제124대 일왕)는 우리에겐 엄연히 전범입니다. 남의 나라 입헌군주제를 우리 입장에서 결코 곱게 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죠. 그래서 우리는 자기들끼리의 명칭인 천황이라고 불러준다고 해서 존경의 뜻을 담는 것도 아닌데 일왕이라고 고쳐서 부릅니다.


그런데 그 아들 아키히토(제125대 일왕)는 사실 아버지와는 달랐습니다. 전쟁을 체험한 세대로, 그는 A급 전범이 합사한 이후로는 야스쿠니 신사를 한번도 참배하지 않았고, 일본 우익이 끊임없이 개정하려는 현재의 평화헌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었죠. 이번에 즉위한 나루히토(제126대 일왕) 일왕은 아버지보다 조금 더 진보적으로,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일본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려야 한다" 고 이야기해 왔던 반전주의자이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평화헌법 수호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우익은 장남 나루히토가 아니라 우익 성향이 강하다는 차남 후미히토를 일왕으로 선호한다고 하죠.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봉건적인 제도인 일본의 천황제가 아베 이후 극단적인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의 일본 정치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겁니다.


해서, 일왕의 즉위식 즈음해서 말해두고 싶습니다. 아베, 일왕, 그리고 양심적인 일본 시민사회는 각각 구분해서 바라보자.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90502

받아쓰기 출처: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