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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공부/공돌이

[스크랩]라디안에 대한 깨달음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물리학과로 입학해서 수학을 복수전공했습니다물리전공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라디안을 설명할 것입니다.(이건 제 개인의 의견이지, 물리전공자들의 공통의견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때 라디안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반지름이 r 인 원에서 길이가 r 인 호에 대한 중심각의 크기는 원의 반지름 r 에 관계없이 일정하다. 이 일정한 각을 1라디안이라 하고, 이것을 단위로 각의 크기를 나타내는 방법을 호도법이라고 한다." 교과서에 적혀 있는 이 말을 저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일반물리학 숙제를 풀면서 라디안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 깨달음을 여기에 적도록 하겠습니다제가 학생들에게 라디안을 설명할 때 30~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 글에는 제 깨달음과 라디안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글로 적을 것입니다. 뒷부분에는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한 설명을 붙이겠습니다. 이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학생들에게 적극 알려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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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위는 인위적이다.

 

우리는 길이의 단위는 m(미터), 질량의 단위는 kg(킬로그램), 부피의 단위는 L(리터) 떠올린다. 하지만, 미터법이 나오기 전에는 이러한 단위들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고 당연히 민족마다 다른 단위를 사용했다.

당신 앞에 있는 책상의 폭을 알고 싶다고 하자. 가장 좋은 방법은 자로 재는 것이다. 그런데 자가 없다면 어찌 해야 할까? 뼘으로 재는 수도 있고, 볼펜의 길이로 재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볼펜으로 길이를 재었더니 볼펜의 6배가 나왔다면, 책상의 폭은 "6볼펜"이 될 것이다. 나중에 자를 구해서 볼펜의 길이가 12cm 라는 것을 안다면, 책상의 폭은 6*12cm = 72cm 가 될 것이다. 혹은 당신 주머니에 있는 동전으로도 잴 수 있을 것이다. 100원자리 동전을 붙여 보았더니 30배가 나왔다면, 책상의 폭은 "30동전"이 될 것이다.

나중에 자를 구해서 동전의 지름이 24mm 라는 것을 안다면, 책상의 폭은 30*24mm = 720mm가 될 것이다. 길이의 단위를 반드시 미터나 인치같은 단위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위에 적은 것처럼 내 마음대로 기준이 되는 길이를 정해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질량이나 시간 등의 다른 물리량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라디안에 대한 깨달음의 첫 단계는 바로 "단위는 인위적이다."라는 것이다. 1볼펜 = 12cm 같은, 기존 단위와 비교할 수 있는 적당한 환산 기준만 있으면 된다.

 

 

2. 각의 단위도 인위적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원 한 바퀴를 360 등분한 ''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그러면 각의 단위는 ''만 있을까? (나는 여기까지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내가 길이의 단위로 뼘, 볼펜, 동전 등을 사용했듯이, 니가 각의 단위를 니 맘대로 한 번 만들어봐." 라고 물어본다. 대부분 대답을 못하고, 가끔 각의 단위를 만드는 학생들이 있다.)

나는 "바퀴"라는 단위를 사용할 것이다.

1바퀴 = 360

이건 우리가 일상샐황에서 암묵적으로 사용하는 각의 단위이다.

2바퀴는 = 720

1/2 바퀴 = 180도 등등...

우리는 1바퀴 = 360도 라는 환산 기준이 있으므로, "바퀴"라는 단위를 얼마든지 ""로 바꿀 수 있고 반대도 가능하다.

이것만 있냐? 나는 "직각"이라는 단위도 사용할 수 있다.

1직각 = 90

2직각 = 180

1/3 직각 = 30도 등등...

이제 우리는 각의 단위를 세 개나 알고 있으며, "1바퀴 = 4직각 = 360" 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것만 있냐? 나는 원 한 바퀴를 400 등분한 각을 사용하고 여기에 "(grade)"라고 이름을 붙일 것이다.

1바퀴 = 400= 360

200= 180

100= 90도 등등...

이제 우리는 "1바퀴 = 4직각 = 360= 400" 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만 있냐? 좀 억지스럽지만, 나는 정삼각형의 한 내각의 크기를 "세모"라고 이름 붙일 것이다.

1세모 = 60

3세모 = 180

6세모 = 360도 등등...

 

이제 우리는 "1바퀴 = 4직각 = 360= 400= 6세모"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듯 각의 단위는 인위적이다. 어떤 기준으로 각의 단위를 어떻게 정하던 상관없다. 다만, 적당한 환산 기준만 제시하면 그만이다.

"왜 우리는 원 한바퀴를 360 등분한 각의 단위를 사용할까?" 이 질문에 대한 설이 여러가지 있지만, 내가 가장 그럴듯하게 생각하는 설은 1년이 약 360일이기 때문이다. 1도는 태양이 연주운동을 하루 동안 하는 각의 크기인 것이다.

만약 외계인이 있어서 그들이 사는 행성의 1년이 120 일이라면, 원 한바퀴를 120 등분한 각의 단위를 사용할 것이다. 라디안에 대한 깨달음의 둘째 단계는 "각의 단위도 인위적이다."라는 것이다.

 

 

3. 라디안

 

학생들이 라디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큰 이유 중 하나는 각의 단위는 ""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로운 각의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라디안을 설명하기에 앞서서 각의 단위는 ""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도 여러 가지 단위를 사용할 수 있으며, 각의 기준 역시 내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설명해서 마음을 열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라디안을 받아들이기가 쉬운 상태가 된다.

 

이제 내가 설명할 핵심 주제인 라디안을 설명하겠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잘 따라왔다면, 라디안 그까지 것 별거 없다.

 

1바퀴 = 2pi(π) 라디안

2pi 라디안 = 360

pi 라디안 = 180도 등등...

 

이상할 것 있나?

우리는 "pi 라디안 = 180" 라는 환산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디안"이라는 단위를 얼마든지 ""로 바꿀 수 있고, 반대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각의 단위를 보여주었기에, 이것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라는 각의 단위를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라디안"이라는 새로운 단위를 배우는 것일까?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라디안"""보다 더 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4. 라디안의 좋은 점

 

01. 단위원에서는 각의 크기가 호의 길이와 같다.

반지름의 길이가 1 인 단위원에서 원의 둘레의 길이는 2pi 이다. 라디안을 사용하면 원 한 바퀴가 2pi 이다.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가? 라디안이라는 각의 단위를 사용하면 호의 길이와 각의 크기를 서로 바꾸기가 엄청 쉬워진다.

아래 예제를 풀어보자.

* 단위원에서 부채꼴의 호의 길이가 주어졌을 때, 중심각의 크기를 구하시오.

 

pi => pi 라디안(180)

pi/2 => pi/2 라디안(90)

1 => 1 라디안(57)

1/3 => 1/3 라디안(19)

 

보시라. 호의 길이가 아무런 계산 없이 바로 각의 크기가 되는 것을... 라디안이 아닌 다른 각의 단위를 사용하면 적당한 계산을 해야 하지만, 라디안은 계산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래 예제를 풀어보자.

* 단위원에서 부채꼴의 중심각의 크기가 라디안으로 주어졌을 때, 호의 길이를 구하시오.

 

pi 라디안 => pi

0.2 라디안 => 0.2

1 라디안 => 1

1.34 라디안 => 1.34

역시 보시라. 중심각의 크기가 아무런 계산 없이 바로 호의 길이가 되는 것을... 라디안이 아닌 다른 각의 단위를 사용하면 이 과정이 불편하지만, 라디안은 정말 편하다.

** 라디안을 배운 학생들 중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학생이 매우 많기에 꼭 상기시켜주십시오. **

 

 

02. 부채꼴의 넓이와 호의 길이를 더 편하게 구할 수 있다.

중심각의 크기가 "θ"인 부채꼴의 넓이는 아래와 같다.

 

   θ

S = ─── pi r^2

   360

 

중심각의 크기가 "θ라디안"인 부채꼴의 넓이는 아래와 같다.

 

    1

S = ─── r^2 θ

    2

 

둘 중에 무엇이 사용하기에 편한가?

 

비슷하게 중심각의 크기가 "θ"인 부채꼴의 호의 길이는 아래와 같다.

   θ

l = ─── 2 pi r

  360

중심각의 크기가 "θ라디안"인 부채꼴의 호의 길이는 아래와 같다.

 

l = r θ

 

둘 중에 무엇이 사용하기에 편한가? (특히 r=1 이면, l = θ 가 되어 "(1) 단위원에서는 각의 크기와 호의 길이가 같다."를 얻는다. 그리고 이 식으로부터 "부채꼴의 호의 길이와 반지름의 길이가 같을 때, 중심각을 1라디안이라 한다." 가 나온다.)

이것 말고도, 나중에 배울 미적분 단원에서는 각의 단위로 라디안으로 하는 것이, 다른 각의 단위를 사용하는 것 보다 훨씬 계산이 쉬워진다. (굳이 고1 학생에게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1년이 120 일인 행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자. 그들은 원 한 바퀴가 120 인 각의 단위를 사용할 것이다. 그들의 수학이 지금 지구인 수준으로 발달했다면, 그들은 각의 단위로 무엇을 사용할까? 나는 그들 역시 지구인과 마찬가지로 "1바퀴 = 2pi" 인 단위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농담 삼아 "라디안""universal unit" 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각의 단위로 ", , "를 사용하면 된다. 그게 훨씬 편하다. 하지만 앞으로 수학을 공부할 때는 ""보다는 "라디안"을 사용하는게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라디안"이라는 새로운 각의 단위를 배운 것이고, 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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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1. pi rad = 180도 에서, pi 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3.141592... 를 뜻하는가?

 

그렇다. 아무런 차이도 없다.

2. 라디안은 각의 단위를 실수로 만든거라 하던데?

 

아니다. 3m 에서 3 은 실수가 아니고, 23초 에서 23은 실수가 아닌가? 180도에서 180은 실수가 아니고, pi 라디안에서 pi 만 실수인가? ""는 실수가 아닌데, "라디안"은 실수네 어쩌고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이야기이다.

 

 

3. 라디안은 단위가 없다고 하던데?

 

아니다. 누군가에게 "내 키는 183 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면, 우리는 당연히 183cm 일거라고 생각한다. "내 키는 6 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뭔가 의아하게 느낄 것이다. 이런 때는 단위를 생략하면 안되고, "내 키는 6피트 이다."라고 말을 해야 한다.(6피트 = 183cm) 미국 사람들은 우리와 반대로 "내 키는 6 이다." 라고 말하면 당연히 6피트로 알아들을 것이다. (원래 단위는 생략하면 안되지만) 단위를 생략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단위를 생략해도 된다. 다만, 단위를 생략했다고 해서 단위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부채꼴의 중심각의 크기가 1 이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중학생이라면 당연히 "1"라고 생각할 것이다. 라디안을 배운 고등학생이라면 당연히 "1라디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라고 말하고 싶으면 반드시 ""라는 단위를 적어주어야 한다. 우리가 "rad" 이라는 단위를 생략하는 이유는 키를 말할 때 그냥 "183"이라고 말하는 이유와 같다. 굳이 단위를 적지 않아도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rad 이라는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

 

 

4. 라디안은 차원이 없는 단위(dimensionless unit)라 하던데?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차원(dimension)1차원, 2차원, 3차원을 뜻하는 차원이 아닌 물리에서 말하는 차원이다. 길이의 단위는 m, cm, ft, in 등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것은 모두 [길이]라는 차원을 가지고 있다. 질량의 단위 역시 g, kg, ton, 등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것은 모두 [질량]이라는 차원을 가지고 있다. 속도의 단위 역시 m/s, km/h, mph 등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길이/시간]이라는 차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차원을 가진 물리량끼리 나누면 차원이 없는 물리량이 나온다. 쉬운 예로 "(지구의 공전주기) / (지구의 자전주기)를 구하라"라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지구의 공전주기는 [시간]의 차원을 가지므로 초, , 시간, , , 분기, , , 세기 등등 여러가지 시간의 단위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단위에 따라서 공전주기를 수로 나타낸 값이 달라진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시간의 단위를 사용하던, (지구의 공전주기) / (지구의 자전주기) = 365.2422 라는 값을 얻을 것이고 이 결과는 차원이 없는 값이 된다는 사실이다. 비슷하게 (달의 공전주기) / (지구의 자전주기) = 27.322 라는 값이 나오고 차원이 없는 값이 된다.

 

실제로 라디안은 각의 단위로 [길이]의 차원을 가진 두 물리량의 비를 사용한 것이기에 차원이 없는 단위가 된다. 부채꼴의 중심각(라디안) = (부채꼴의 호의 길이) / (부채꼴의 반지름의 길이) 부채꼴의 중심각의 크기가 60도라면, 부채꼴의 반지름의 길이가 얼마이던 상관 없이, 길이의 단위가 무엇이던 상관 없이

(부채꼴의 호의 길이) / (부채꼴의 반지름의 길이) = pi/3 이라는 값을 얻을 것이고 이 결과는 차원이 없는 값이 된다.

 

차원이 없는 물리량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이것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소금 10g과 물 90g을 섞었을 때, 소금물의 농도를 구하시오. (10g) / (10g + 90g) = 0.1 = 10% 농도는 차원이 없는 단위이다. 질량의 단위가 무엇이던, 이 값은 변하지 않는다.

 

기하학적 확률을 생각해보자. 기하학적 확률 = (특정한 사건이 일어나는 영역의 넓이) / (일어날 수 있는 전체 영역의 넓이) 이것 역시 넓이를 넓이로 나누므로 차원이 없는 단위이다. 넓이의 단위가 무엇이던, 이 값은 변하지 않는다. "벼룩은 자기 키의 120배나 높이 뛸 수 있지만, 사람은 자기 키 정도의 높이 밖에 뛸 수 없다." 비슷한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것 역시 (뛸 수 있는 높이) / (자신의 키) 를 계산한 것으로 차원이 없는 단위이다. "라디안"이라는 단위가 차원이 없는 단위인 것에 무언가 심오하고 깊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길이 / 길이" 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일 뿐이다.

 

 

5. 삼각함수에서는 각의 단위로 꼭 rad 만을 써야 하나?

 

아니다. 중학교에서 삼각비를 배울 때 아무 거리낌 없이 ""라는 각의 단위를 사용하지 않았나? sin(30) 값 구할 수 있다. sin(sin(30)) 값도 구할 수 있다. y=sin(x)의 그래프 그릴 수 있고, 미분과 적분도 할 수 있고, 테일러 급수도 구할 수 있다.

 

sin(0.5세모) 값 구할 수 있다. sin(sin(0.5세모)세모) 값도 구할 수 있다. y=sin(x세모)의 그래프 그릴 수 있고, 미분과 적분도 할 수 있고, 테일러 급수도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각의 단위로 라디안을 사용하는 것이 다른 단위를 사용하는 것 보다 편하기에 라디안을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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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적고 마치겠습니다. 라디안에 대한 설명이나 의문점등은 해결 되길 기대합니다. 혹시, 의아한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출처] 수학강사연구모임. 글쓴이- 밝히리

http://cafe346.daum.net/_c21_/home?grpid=HL9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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