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디오니소스 이야기를 다룰 생각입니다
디오니소스... 포도주의 신이죠 네
하지만 광기와 축제의 신이기도 하답니다
디오니소스는 혈통으로 보면 아버지는 제우스요 어머니는 테베의 공주, 세멜레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세요? 헤라 있잖아요, 가정의 여신임에도 불구하고 질투의 화신이라는 별칭 가진 제우스 와이프 분.
이 분이 제우스가 여신이랑 놀아나는거 까지는 어떻게 조금 조오오오금 봐주는데
요정이나 인간처럼 더 급이 낮다 싶은 여인들한테는 정말 얄짤없답니다
고로 헤라는 또 세멜레를 폭풍 질투해서 늙은 여인으로 변장을 하고 지상으로 내려와 세멜레에게 접근했습니다
남편이 누구냐는 말에 세멜레는 자신있게 자신의 남편은 최고 신 제우스라고 말했죠
그러자 헤라는 그런 구라 치는 청년이 한둘인줄 아느냐고, 정말 남편이 제우스라면 남편에게 진짜모습을 보여달라고 부탁해보라고 말했죠.
희한하게 그리스 여인들은 다 귀가 얇나 봅니다 말잘듣는 우리 세멜레는 제우스에게 바로 부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희대의 바람둥이 답게(?) 당장 만나는 여인에게는 상냥한(?) 우리 최고 신 제우스 님은 스틱스 강에 걸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맹세를 했습니다.
그러자 세멜레는 말했죠, "당신이 올림포스에 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싶어요"
여러분. 이건 기독교에서도 써먹는 말이긴 하지만,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으십니까? 못하죠?
신이 갖고 돌아다니는 마차도 못보는데 신 자체를 어떻게 봐요 게다가 제우스는 벼락도 소지하고 다니는 신인데
고로 제우스 멘붕 하지만 맹세를 어길 수는 없으니 올림포스에 있을 때 취하는 모습 그대로를 보였습니다.
효과음_파지지직.jpg
(원제목 제우스와 세멜레, 프랑수아 마로, 17세기 경, 베르사이유와 트리아농 궁)
인간이 신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죠 세멜레는 제우스의 빛나는 모습을 보자마자 새까맣게 타 죽어버렸습니다.
그런 세멜레의 뱃속에는 이미 아이가 자라고 있었는데 제우스는 아이라도 살려보고자 자신의 허벅지에 아이를 넣고 꿰매버렸습니다
달이 차자 아이는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나왔고 그 아이가 디오니소스 입니다.
근데, 애 엄마를 교묘하게 죽여놓은 헤라가 그 아이라고 친절하게 대할 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자기 와이프인지라 그 사실을 잘 아는 제우스는 디오니소스를 빼돌려서....
음 이건 조금 설이 많아요
1) 이모인 이노(오타 아님. Ino입니다)에게 맡겨 여장시켜서 키우게 했으나 이내 들켜 헤라가 이노와 그 남편 아타마스를 미치게 했다
2) 헤라에게 걸리지 않으려고 염소로 변신시켜 니사의 님프들에게 키우게 했다
3) 산야의 요정, 실레노스에게 양육을 부탁했다(그런데 이후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의 술친구가 되어버렸지...)
4) 제우스의 어머니인 레아, 혹은 페르세포네에게 부탁해 지하세계에서 양육하도록 했다
5) 마론이라는 사람에게 양육을 부탁했다는 설도 있으나 내 생각에 이 설은 상당히 가능성이 낮음. 왜냐하면 마론인가 마로인가 하는 이 사람, 일설에 따르면 디오니소스 아들이야ㄱ- 어쨌든 디오니소스는 자라면서 포도의 성질과 재배법 등을 배웠습니다. 또한 포도즙의 효능(말이 포도즙이지 아마 발효시켰을 겁니다)역시 알게 되었죠
이래서_조기_교육은_중요한_거야.jpg
(원제목 바쿠스의 어린시절, 니콜라 푸생, 17세기 경, 콩데 미술관)
성인이 된 디오니소스는 포도로 포도주를 만드는 법을 터득해 만취해서 즐겼습니다.
그러던 중 어쩌다 헤라의 눈에 띄여서(분명히 술취해서 난동부리다 그랬을거다ㄱ-) 헤라는 디오니소스에게 광기를 불어넣었습니다(...그리 달라진 점은 없지 않았을까...) 미친 디오니소스는 이집트와 시리아를 떠돌아다녔습니다. 뭘타고? 표범을 타고ㄱ-
이것이_바로_진정한_음주운전.jpg
(원제목 바쿠스, 외젠 들라크루아, 18세기경, 외젠 들라크루아 미술관)
어쨌든 친할머니인 레아 여신이 광기를 고쳐주기 전까지 그리스 북부 트라케에서 소아시아까지 열심히 돌아다니던 디오니소스는 그러나 절대 혼자 돌아다니는 법이 없었습니다. 항상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마이나데스 라고도 불렸습니다)이 디오니소스 주위에서 술마시고 노래부르고 춤을 추면서 무아지경에 빠져들고는 했죠.
부어라_마셔라.jpg
(원제목 바쿠스제, 장 필립 기 르 장티 드 파루아 백작, 18세기경, 프랑스 국립 도서관 )
술과 노래와 춤에 취해 현실을 도피하게 만드는 박카ㅅ....가 아니라 디오니소스는 그 열광적인 숭배로 인해 신의 반열에 등극하였고 그 영광을 어머니와 나누고자 지하세계로 가서 어머니, 세멜레를 데려옵니다. 디오니소스는 그를 추종하는 무리를 대동하고 올림포스로 올라갔고 신들의 반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필요 할까 싶지만 참고: 신+신=신, 신+요정=신, 신+인간=인간. 고로 디오니소스는 원래 인간)
애가_술을_퍼마시더니_눈이_풀렸다.jpg
디오니소스는 올림포스의 다른 신들과는 상당히 성격이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이단아...라고 할까요? 혹시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그리스적이라는 평을 듣는 신이 누구인지 아시는지? 아폴론과 아테나입니다. 그런데 디오니소스는 아폴론과도, 아테나와도 많은 부분 대조됩니다.
아폴론이 밝고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신인 반면 디오니소스는 어둡고 비합리적인 것을 추구하죠. 아테나와 디오니소스는 둘 다 제우스의 몸에서 태어났으나 아테나는 머리, 디오니소스는 허벅지(...저, 정확히 말하면 허벅지 보다 조금 더 위....라고 합니다;; 어딘지는 짐작하시리라 믿겠습니다;;)에서 태어났죠?
고로 아테나는 이성, 디오니소스는 감성(이라기 보다는 본능?)을 담당합니다. 저런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디오니소스는 현실을 도피하게 만드는 술을 담당하는 신이라는 것으로만 해도 이질적인 신입니다. 사실 올림포스 신앙은 민중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지배계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이며 많은 경우 지배계층의 정당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었죠(나의 할아버지는 제우스 신이시다! 뭐 이런거라던지) 올림포스 신앙이 널리 퍼져있는 그리스 사회에서 피지배계층은, 특히 여성은 굉장한 억압속에서 살았죠. 그런 그들에게 디오니소스의 축제와 술은 좋은 도피처가 되어 주었고 그래서 디오니소스는 여성 신도가 특히 많은 신이었습니다.
애초에 디오니소스를 쫓아다니던 집단 이름, 마이나데스는 '광란하는 여자들'이라는 뜻인걸요 뭐, 후기에는 남자들도 많이들 믿었다고는 합니다만. 하지만 디오니소스의 축제에서 행해지던 노래와 춤이 이후 그리스 희극과 그리스 비극을 낳았으니 사실 올림포스 신앙 입장에서도 디오니소스가 아예 민폐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게다가 만일 디오니소스가 올림포스 신들 중 하나가 아니었더라면 그리스 사람들은 숨쉴 구멍이 없어 더 빨리 올림포스 신앙을 때려 치웠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Vox pupuli vox dei, 민중의 소리는 신의 소리라잖아요?
[출처] - 반쯤 죽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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